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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매거진

[6.25 전쟁 66주년] 그들은 어떻게 섬마을을 재건했나 – 덕적도

  • 작성자유예은
  • 작성일2016.11.03
  • 조회수870

 

1950년 발발한 6.25 전쟁은 1953년 휴전 협정과 함께 끝이 났다. 3 1개월 만이었다전쟁이 멈춘 뒤 남은 것은 집 잃은 피난민뿐그들은 새 터전을 찾아 각지로 흩어졌고동시에 새로운 정착지에서 힘을 합쳤다.

 

1954인천 앞바다에 위치한 덕적도에는 원주민 수(6,039)보다 많은 피난민(6,749)이 모여들었다. 1.4 후퇴 전후로 피난 온 황해도 출신이 대부분이었다그들은 당시 마을에 부임한 가톨릭 신부를 중심으로 오랜 기간 조금씩 섬마을을 재건했다그 시절을 기억하는 주민이 있을까전쟁 66주년을 맞은 지난 6 25일 덕적도로 향하는 대부고속페리3호에 올랐다.

 

 

전기 없던 시절전봇대 날라 섬마을 밝힌 협동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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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 마을 전경

                                                                                                                                            

 

 

섬으로 향하는 뱃길은 청명했다호쾌하게 물살을 가르는 뱃머리 양 옆으로 갈매기 무리가 노닐었다새들의 환영을 받으며 덕적도에 도착한 배는 여행자들을 잔뜩 내려준 뒤 바닷길로 총총 사라졌다.

 

선착장에서 바로 보이는 봉우리는 덕적도 제2봉인 비조봉(292m)이다덕적도는 등산객 사이에서 장엄한 산세로 정평 났는데빽빽한 적송림을 헤치다 보면 나오는 탁 트인 능선그리고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절경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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밧지름해변

선착장에서 3km 가량 떨어진 밧지름해변뒤쪽으로는 비조봉이 솟아 있고앞으로는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졌다곱고 깨끗한 황금빛 모래사장과 수백년 된 해송 600그루해당화가 어우러진 바닷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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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리 해수욕장

오염되지 않은 청록색 바다를 볼 수 있는 덕적도 대표 해수욕장빽빽한 소나무 틈새로 하늘의 해는 빛을 들여보내고바다의 파도는 자신의 소리를 가느다랗게 들려준다물놀이와 캠핑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비조봉 오르는 길은 밧지름 해수욕장진리 성당서포리 해수욕장 세 곳이다그 중 서포리 해수욕장 등산로를 택했다산 속에서 솔향기가 물씬 풍겨왔다비조봉까지는 느린 걸음으로도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다만 해수면(0m)부터 등산을 시작하는 섬 산행 특성상 에누리 없이 꼬박 300여 미터를 올라야 한다초여름 햇살에 땀이 줄줄 샜다. 

 

 

힘든가이 힘든 산을 예전에는 시멘트 메고 좌로우로 몇 번씩 넘어다녔는지 몰라전쟁 끝나고 10년쯤 지났을 때 일이야.”

비조봉 하산길에 만난 서포리 주민 서모 씨는 그 옛날 덕적도 재건을 맨눈으로 본 산증인이다이 곳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전쟁 이후 밀려오는 피난민으로 섬 전체가 붐볐던 순간을 기억한다그는 1962년 당시 덕적도에 온 미국인 최분도 신부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최분도 신부는 종교를 넘어 약자를 돕고 마을의 토대를 쌓은 구심점이었다서씨는 그를 따라 마을 재건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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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조봉에서 본 덕적군도

국수봉(313m)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조봉(292m). 정상에서는 덕적군도와 함께 인천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부님이 어느 날 부산 미군기지에서 발전기를 구입했어새벽에 붕붕 소리가 나서 나가보니까 발전기를 실은 배가 와 있더라고지금 같으면 삽차라도 있지만 그땐 동네 사람들이 다 동원돼 줄로 당겨 하루 종일 마을로 끌어올렸지그렇게 발전기 두 개를 구해 서포리에 처음 전기가 들어왔어.”

전후 10전기·수도와 같은 기간산업은 고사하고 살 집과 먹을 것마저 풍족하지 않던 시절이었다더욱이 바다에 뚝 떨어진 섬마을 특성상 물자와 자원은 육지와 견줘 태부족했다작은 섬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자 마을 재건에 가속도가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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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포1리 발전소 터

                                                                                                                                            

 

 

서포리에 전기가 들어오자 진리북리 주민들에게도 소식이 퍼졌다. ‘우리에게도 전기를 나눠달라는 부탁에 주민들은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다주민들은 스스로 철근과 시멘트를 구입해 사각 모양 전신주를 만들었다지금도 마을에는 당시 만든 전봇대가 몇 개 남아 있다.

 

신부님과 마을 사람들이 전봇대를 직접 메고 옆 동네로 옮겼어서포리에서 출발해 산 넘어 북리까지 설치했고순차적으로 진리 등 덕적도 마을 전체에 전기를 공급했지한번은 전봇대 메고 산을 넘다가 너무 배가 고파 산속 열매를 따먹은 적이 있는데지금 생각해보면 머루였던 것 같아까맣게 익어야 맛있는 걸 신부님이 빨간 열매가 익은 것인 줄 알고 입에 넣었다가 너무 써 놀라면서 이걸 어떻게 먹느냐고 해 웃었던 기억이 있지.”

전기는 해진 뒤부터 자정까지그리고 해 뜰 무렵하루 두 번 공급됐다신부와 주민들은 전기 조합을 만들었고덕적면장이 전기 조합장으로 취임했다. 1972년 당시 내무부 자료를 보면 덕적도 850호 가구에 592kw의 전기가 민영 발전으로 공급된 점을 알 수 있다.

 

 

10년 걸려 농경지 개척손수 땅 파 상수도 설치

 

많은 방문객이 등산복 차림으로 이 곳을 찾지만배낭 속 여벌옷 한두 벌은 필수다산행을 마친 뒤 해변에서 즐기는 물놀이가 덕적 여행의 큰 낙이기 때문이다덕적도의 이름난 해변은 다섯 곳인데능동자갈마당은 가장 독특한 모양새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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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동자갈마당

덕적도 북서쪽에 위치한 능동자갈마당은 기암괴석으로 유명하다해수욕과 낚시는 물론 해질녘 하늘과 바다를 물들이는 낙조를 즐길 수 있다.

                                                                                                                                            

 

 

능동자갈마당은 파도가 칠 때마다 잘그락거리며 돌멩이를 간질이는 이색해변이다맑은 파도가 돌멩이 사이로 밀려왔다 스러지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시간의 흐름마저 잊힐 듯 하다여행자들이 저마다 염원을 담아 쌓은 돌탑도 이 곳만의 볼거리다.

 

능동자갈마당을 왼편에 끼고 남쪽으로 쭉 내려오면 서포2리다여기서 1962년 대규모 간척이 이뤄졌다놀라운 점은 90m²에 이르는 대규모 공사 대부분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 바다를 메웠다는 점이다무려 10년 가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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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척이 이뤄진 서포2리 전경.

지도를 보면 간척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전후 10덕적도의 당면 문제는 먹을 것과 식수의 부족이었다최분도 신부는 1962년 가톨릭구제회 지원을 받아 바다 제방을 막아 농경지로 사용하도록 하고공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밀가루를 지급했다밀가루를 그냥 나눠두면 배고픔이야 해결되지만장기적인 식량 수급을 바라본 것이다또 주민들에게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려는 의도였다.

 

이 공사로 90m²의 농지가 생겼고덕적도 1년 생산량의 4개월분이 증산됐다위성 지도의 말끔히 정리된 농토가 바로 이 때의 성과다서포2리 대규모 간척사업은 90%를 완성한 뒤 1971년 정부에 이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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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분도 신부가 세운 복자 유베드로 병원 터(왼쪽)와 옛 수녀원의 상수도 시설

                                                                                                                                           

 

 

식수 역시 넘어야 할 산이었다 당시는 도시에 물장수가 다니던 시절이었는데덕적도는 집집마다 물 길어오는 데 한두 시간이 걸렸다겨울엔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최분도 신부는 서울교구 신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마을 주민들과 함께 땅을 하고 파이프를 심어 연결했다.

 

덕적도 재건사를 되짚어가다 보면 최분도 신부의 이름이 종종 언급되는 점을 알 수 있다그만큼 마을의 중심 역할을 한 것인데최 신부는 연평과 덕적 주민들이 포자 양식을 배워 김 양식을 시작하도록 돕기도 했다그는 1971 6월 국민훈장 동백상을 받고, 76년 송현동 성당으로 발령돼 덕적도를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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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분도 신부 공덕비

                                                                                                                                            

 

 

이처럼 마을 주민들은 전후 20~30년 동안 신뢰와 협동을 바탕으로 마을 공동체를 꾸렸다협동 경제는 물론 마을 재생에 앞장섰던 이들의 이야기는 약 5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주민들 사이에서 구전돼 내려오고 있다.

 

서포리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송씨는 덕적도 재건 이야기는 이 곳 주민이라면 모두가 아는또 알아야 할 이야기라 강조했다.

 

한창 때 덕적도 주민은 2만 여 명이 넘었지만 현재 실 거주민은 500여 명 남짓입니다원주민은 열 명 중 두 명 정도고나머지는 대부분 전쟁 후 황해도에서 온 어르신들이죠서해5도는 북한과 가깝고 여전히 전쟁의 위협은 그대로라 생각해요그러나 모두가 한몸처럼 마을의 기반을 쌓았던 일은 아이들에게 꼭 들려줘야 할 자랑스러운 기억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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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의 일몰

일몰로 유명한 서해지만덕적도 서포리 해변과 능동자갈마당에서 보는 해넘이는 각별하다바다와 하늘을 모두 붉게 물들이며 바다로 떨어지는 낙조와 함께 낭만적인 추억을 만들어보자.

                                                                                                                                           

 

 

인천 앞바다의 40개 유·무인도를 일컫는 덕적군도는 바다 위 별이라 불린다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밤의 별처럼 보인다 해서 붙은 별칭이다덕적도는 이 별무리 가운데 가장 큰 섬이다시간이 흐르면 기억 속으로 스러질까아마 이 반짝이는 섬마을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가장 위대하진 않더라도 무엇보다 가치 있는 덕적도 섬마을 재건사를

 

 

덕적도 배편은 두 가지다.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차도선 1시간 50분 소요)과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쾌속선 1시간 30분 소요)이다.

자세한 안내는 인천항연안여객터미널(www.icferry.or.kr)과 대부해운(www.daebuhw.com) 누리집을 참고하자.

 

 

참고 자료

내무부도서지(1972)

김용구당신이 몰랐던 인천 섬 이야기(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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