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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매거진

고향 잃어 얼어붙은 마음, 이곳에 녹아들다 –속초 아바이마을

  • 작성자정한영
  • 작성일2017.01.23
  • 조회수3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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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설날이다. 가족과 함께라면 더욱 흥겹겠지만, 60여 년 동안 그러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6.25전쟁 중 남하했다가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하는 이들. 열흘 후면 돌아갈 것이란 계획은 휴전선이 그어지면서 꿈이 돼 버렸다.

 

 

휴전선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사람들은 속초의 바닷가 모래톱으로 모였다. 그나마 정착할 수 있는 유일한 터전이었다. 바닷가에서 고기를 잡거나 날품을 팔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던 설움의 세월. 고향으로 돌아갈 희망이 없었다면 그 시간을 견딜 수 있었을까. 실향민들의 고난과 희망이 공존하는 곳. 속초 아바이마을의 풍경을 담아 봤다.

 

 

 

작은 모래톱에 남겨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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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방 전 아바이마을 풍경

 

 

아바이마을의 정식 명칭은 속초시 청호동. 함경도 출신 실향민들이 많이 모여 살아 아바이마을이라는 명칭을 얻게 됐다. '아바이'는 함경도 사투리로 남자 어른을 뜻하는 말이다.

 

 

실향민들이 속초에 자리 잡은 이유는 북한과 가까워서다. 금방 돌아갈 줄 알았으니 집도 제대로 지을 리 없었다. 모래사장 위에 장대를 박아 움막을 짓고 공동화장실을 만들었다. 버려진 나무 궤짝이나 미군이 버린 합판을 붙이기도 했다. 방은 좁았다. 두세 평 남짓한 방에 네다섯이 모로 누웠다. 그래도 더 촘촘히 방을 지었다. 한 명이라도 더 재우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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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바이마을 판자집 외부ㆍ내부 재현(속초실향민문화촌)

 

 

실향민문화촌에 가면 아바이마을 초창기의 판잣집을 확인할 수 있다. 모래톱에 움막 같은 집을 짓고 끝까지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가려는 실향민들의 의지가 곳곳에 재현돼 있다.

 

 

전쟁 당시, 그 누구도 속초에서 오랜 세월 머무를지 짐작하지 못했을 터. 실향민들은 척박한 환경에서 최소한의 공간으로 생활을 시작했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 집이 망가지면 그때마다 보수할 뿐, 집을 제대로 짓고자 하지 않았다. 이곳 생활을 얼른 정리하고 고향의 헤어진 가족과 다시 함께 살기를 간절히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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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름하게 남아 있는 건물 전경(왼쪽), 좁은 골목으로 이뤄진 마을 풍경

 

 

지금은 옛 집터를 찾기 어렵다.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아래 판잣집을 고쳐 살던 실향민 1세대들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손들이 정착하기 위해선 자연스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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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향민 1세대 김진국ㆍ김건욱 씨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희미해진다. 가족을 잃은 기억조차 없는 세대들에게 전쟁의 아픔을 느껴보라 강요할 순 없는 노릇. 다만 흔적들로 공감할 순 있다. 또 실향민 1세대의 생생한 증언만큼 확실한 흔적은 없다.

 

 

김진국(79) 씨는 청호노인회 회장으로 함경도 북청군 출신. 1.4후퇴 당시 12살의 나이로 남하했다가 2주 뒤에 고향으로 올라갈 계획이었다. 휴전선이 그어지며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와중에도 같은 실향민들을 위로하고 궂은 일을 도맡아 진행했다. 지금은 실향민들의 설움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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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50년대 6.25전쟁 직후 아바이마을 전경

 

 

옆에서 듣던 또 다른 실향민 1세대, 김건욱(84) 씨도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그는 "1.4후퇴 당시 국군이 남하하면서 '이놈아, 작전상 후퇴야. 2주만 후퇴하니까 여자들은 집에 있고 남자만 따라와라'라고 말하니 아버지와 큰형, 나만 내려왔지"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17살의 나이로 고향을 떠날 때만 해도 여행가는 기분이라 들떴었다는 그. 철없게 떠났던 여행이 이토록 길어질 줄 누가 알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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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악대교에서 바라본 아바이마을 전경

 

 

"여기 와서 내가 증손녀도 보고, 밥도 잘 먹고, 편히 지내니 저녁만 되면 아마이 생각이 나. 내 소원이 내 아마이 점심 한 끼 배불리 사주는 거야." 북쪽 가족을 걱정하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의 모습에 한스러움이 느껴진다. “올 설날엔 가족들 모여 함경도 순대랑 명태순대도 먹고, 명태 넣은 김치도 먹으면서 고향을 생각하겠다"며 다시 웃어 보이는 그에게서 아바이마을의 새해 희망이 전해진다.

 

 

 

고향의 맛이 고스란히 담긴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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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바이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벽화

 

 

아바이마을에 정착한 실향민 대부분은 바닷가에서 생계를 꾸렸다. 함경도 출신 어부가 많았을 뿐 아니라, 밑천이라곤 몸뚱이뿐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전쟁 기간엔 어선이 뜨지 못해 바다에 생선이 풍부했다. 그들에게 고기잡이는 유일한 낙이었다. 입에 풀칠할 정도는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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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빨랫줄에 대롱대롱 매달린 오징어와 생선들

 

 

아바이마을 곳곳에선 생선과 오징어가 마른다. 어업으로 버텨낸 세월의 흔적. 해산물은 지금도 아바이마을 음식의 주재료다. 실향민들이 타지에서 가장 생각난 건 어릴 적 먹었던 음식들. 반 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남한 음식과 섞이긴 했지만 북한 고유의 영향은 지금도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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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바이마을의 명물아바이순대와 오징어순대


 

특히 아바이순대는 함경도의 대표 음식. 북한에서는 돼지 잡는 잔칫날에나 먹을 수 있는 귀한 먹거리였다. 남한 순대와 다르게 고기와 채소를 잘게 썰어 넣는 것이 특징. 속초에 터를 잡았을 땐 고기 살 돈이 없어 널려 있는 오징어 안에 속을 넣어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먹었다. 오징어 배를 갈라 북녘 바다에서 흘러온 바닷물을 빼내며 실향민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바이마을에서 만날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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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배 체험을 하며 활짝 웃는 관광객

 

 

아바이마을의 대표적 상징은 무동력 갯배다. 수로를 사이에 두고 육지 양쪽에 쇠줄이 걸려 있다. 배 위에서 선원이나 승객이 갈고리로 줄을 당기면 배가 움직인다. 갯배는 단순한 운송수단을 넘어 아바이마을의 생계 수단이었다. 갯배를 타야만 시내에 나갈 수 있었고,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실향민들의 귀중한 자료이자 문화인 셈.

 

 

지금은 다리가 생겼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갯배로 육지와 섬을 오간다.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가 타던 모습에 유명해져서 갯배 체험을 하는 관광객들이 많다. 수시로 운행되므로 기다릴 필요 없이 편도 200원으로 곧바로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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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갯배선착장 옆 가을동화 촬영 재현

 

 

아바이마을에 도착하면 '가을동화'의 흔적을 둘러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하면 적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가을동화의 향수를 찾아온다. 갯배선착장 옆으로 송승헌, 송혜교와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존이 있고, 그 옆 모니터로 가을동화가 상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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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악대교에서 바라본 속초 8경 중 하나 조도’(왼쪽), 청초호에서 바다로 유유히 빠져나가는 선박 

 

 

엘리베이터를 타고 설악대교에 오르면 파란 빛으로 넘실거리는 겨울 바다가 펼쳐진다. 멀리 속초 팔경 중 하나인 '조도'도 보인다. 아바이마을 곁 청초호에선 겨울철 철새 조망도 가능하다. 청초호는 물이 맑아 붙은 이름으로 택리지에서 꼽은 관동팔경 중 하나. 아바이마을 풍경을 제대로 느끼려면 설악대교에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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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바이마을 관련 전시관 아트플랫폼 갯배’ (전시시간 : 11-18/ 월요일 휴관 / 입장 무료)

 

 

설악대교 아래 아트플랫폼 갯배엔 아바이마을의 역사가 전시돼 있다.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마을을 돌아보며 잠시 멈추고 싶었던 순간들을 기록했다. 그들의 작은 관심들이 쌓여 영상과 미술 작품으로 거듭났다. 현재는 새해를 맞아 이기범, 신미정 작가의 특별 전시가 진행 중. 실향민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제야 이들의 삶이 조금씩 위로 받는 듯하다.

 

 

                                   

비릿한 오징어 냄새가 가득 풍기고 싱싱한 생선이 날뛰는 곳. 속초는 바다 보며 회 한 접시를 즐기는 여가 공간으로 이름났지만, 속으론 실향민의 슬픈 역사를 감추고 있다. 설날이면 더욱 생각나는 고향. 그들은 여전히 허전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작은 관심과 진실한 위로가 필요한 때. 특히 민족의 명절, 설엔 더욱 그렇다. 누구에게든 복을 기원해줄 수 있는 넉넉한 날이니 말이다. 설 연휴를 맞아 속초 여행을 계획한 사람들이 많다. 아바이마을을 찾는다면 실향민들에게 따뜻한 인사 한 마디 건네면 어떨까. 관광객과 실향민 모두에게 행복한 미소가 번지는 아바이마을을 기대해 본다.

 

 

 

 

속초 청호동 아바이마을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청호로 122


 

찾아가는 길

 

- 속초시외버스터미널 하차. 의료원 정류장에서 7-1, 9-1 버스 이용. 관광수산시장 정류장에서 하차 후 갯배선착장 이동

 

- 속초고속버스터미널 하차. 의료원 정류장에서 7-1, 9-1 버스 이용. 갯배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후 갯배선착장 이동

 

- 자동차 네비게이션 아바이마을검색

 

 

갯배 이용 시간

 

- 04:30~23:00

 

 

갯배 이용 요금(편도)

 

- 소인              100

 

- 대인              200

 

- 자전거 손수레   200

 

 

문의

 

- 아바이마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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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시립박물관/속초실향민문화촌

 

 

 

주소

 

- 강원도 속초시 신흥216


 

찾아가는 길

 

- 속초시외버스터미널 하차. 수복탑 정류장에서 3, 3-1번 버스 이용

 

- 속초고속버스터미널 하차. 의료원 정류장에서 7-1번 버스 이용. 학사평 정류장에서 3번 버스로 환승

 

- 자동차 네비게이션 속초시립박물관주차장검색

 

 

관람 시간

 

- 3~10: 09:00~18:00

 

- 11~2: 09:00~17:00

 

- 휴관일 : 11, 매주 월요일

 

 

관람 요금 (단체)

 

- 어린이          700(500)

 

- 어른          2,000(1,500)

 

- 청소년 군인  1,500(1,000)  *단체는 30명 이상

 

 

문의

 

- 속초시립박물관/속초실향민문화촌 홈페이지(033-639-2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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