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매거진
“강화 한 발짝, 장어 한 입” 강화 평화누리길 건강 나들이
- 작성자유예은
- 작성일2016.11.03
- 조회수1369
“강화 한 발짝, 장어 한 입”
강화 평화누리길 건강 나들이
더위가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한낮에 길을 나서면 금세 온몸의 땀구멍이 엉엉 울어 재낀다. 매미까지 목청을 높이면 온 세상이 울음바다가 된 것 같다. 이 더위를 어떻게 이겨야 할까.
그러고 보니 8월 16일은 여름 중 가장 덥다 여겨지는 말복이다. 옛 사람들은 더운 여름에 식욕이 떨어지는 것을 보충하기 위해 복날 육류나 영양가 높은 음식을 먹었다는데, 다행히 우리는 먹을 것 넘쳐나는 21세기에 살고 있다. 탱글한 갯벌장어가 기다리는 강화로 떠나보자.
철조망 너머 아스라히 보이는 북녘 산야
곧바로 장어음식점으로 직행해도 좋지만, 모처럼 강화도에 왔으니 평화누리길을 걸어 식욕을 극대화시킨 뒤 배를 채우는 코스를 추천한다. 인천시 강화군에 위치한 평화누리길은 7.2km 남짓 이어진 철책길이다. 부지런히 걸으면 두 시간이면 충분한데, 중간중간 빼어난 쉼터가 있어 발길이 지체된다.
▲돌이 많은 모퉁이라 ‘돌모루’라 불리는 이 곳이 평화누리길의 들머리다.
땡볕을 피해 이른 아침 돌모루에서 발길을 뗀다. 멀리 철책 너머 보이는 것이 북한의 산야라는데, 너무나 가까워 오히려 현실감이 없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이따금씩 후끈한 공기를 날려보낸다. 이마에 땀이 흐를 때쯤 성곽이 하나 나타난다. 바로 연미정 오르는 입구다.
▲연미정 성곽(위)을 따라 올라가면 호젓한 정자가 여행객을 반긴다.
유형문화제 24호 연미정은 강화 10경의 하나로 손꼽히는 절경을 자랑한다. 임진강과 한강이 만나는 물길이 제비꼬리 같다 해서 연미정이란 이름을 얻었다. 500살 넘은 느티나무 두 그루가 가지를 드리운 정자에서 바람소리를 들으며 잠시 쉬어가기 좋다.
▲연미정에서 300m 지난 뒤부터는 철책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철책은 길 대부분을 에워싸고 있다. 왼편의 철책이 지루해질 때쯤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태양빛에 무럭무럭 자라는 벼 이삭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파란 관을 이정표 삼아 따라가보자.
간혹 누리길 위에 등장하는 파란 원통형 관이 고갤 갸웃하게 만든다. 좁은 길의 반이나 차지하다니 내심 꼴 보기 싫었는데, 알고 보니 가뭄 때문에 농어촌공사가 설치한 수로란다. 가뭄이 극복될 때까지 운영한다 하니 조용히 길을 나눠 쓰기로 한다.
▲언덕을 오르자 나타난 6·25 참전용사기념비.
땀을 훔치며 언덕 꼭대기에 오르자 탄성이 나온다. 6·25 전쟁에 참전한 군인들을 기리는 비석이 볕 좋은 곳에 세워졌기 때문. 이 밖에도 북한의 산야를 형상화한 조형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서 잠시 땀을 식힌 뒤 마지막 여정에 오른다.
▲갑곶순교성지 입구에서 반가운 표지 발견.
옛 강화대교가 보이면 마지막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갑곶순교성지는 1800년대 말 흥선대원군에 의해 희생된 천주교인들을 기린 곳인데, 순교자의 묘와 조각품이 전시돼 있다. 평화누리길에서 얼마 없는 화장실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길은 전쟁기념관으로 이어진다.
강화전쟁기념관과 갑곶돈대는 성인 기준 900원으로 모두 돌아볼 수 있다. 전쟁기념관에서는 강화를 배경으로 벌어진 전쟁과 성곽 건설에 얽힌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아이들과 한 바퀴 둘러보기 좋다.
▲갑곶돈대 전경(왼쪽)과 2층 정자.
갑곶돈대 정자에 올라 평화누리길 도보 여행을 마무리한다. 정자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북으로, 남으로 막힘 없이 이어져 있다. 자유롭게 남북을 넘나드는 바닷물이 부러워진다면, 평화누리길을 걸은 보람은 충분하다.
삼복더위 무찌르는 강화 별미 갯벌장어
갑곶돈대에서 남쪽으로 1km 내려가면 강화 더리미장어거리가 있다. 이 곳은 더리미 포구를 중심으로 장어음식점들이 모여 있는 거리인데, 어느 집에서든 통통하게 살 오른 장어를 맛볼 수 있다. 또 장어뼈 튀김, 강화 순무 김치, 강화 인삼, 장어죽 등 강화 특산물을 이용한 푸짐한 밥상이 별미다.
▲그냥 장어가 아니다. 갯벌장어다.
더리미 장어음식점 대부분은 민물장어와 갯벌장어를 함께 팔지만 예까지 와 갯벌장어 맛을 안볼 수 없다. 강화는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으로 자연산 갯벌장어 산지로 유명하다. 인공 사료 대신 새우, 치어, 게 등이 풍부한 갯벌 어장에 방류돼 ‘유기농 먹이’를 먹고 자란 갯벌장어는 육질이 뛰어나다. 찰진 갯벌을 뛰놀며 온갖 생물을 먹은 장어가 맛이 좋은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살진 장어가 도보 여행의 피로를 싹 씻어준다.
노릇노릇 구워진 장어를 한 입 물자 탱탱한 장어 살이 탁 터지는 느낌이 든다. 어지간히도 싱싱하다. 부드러운 민물장어와는 또 다른 맛이랄까.
▲생강채와 깻잎을 곁들이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
장어는 오메가3지방산과 비타민 A(레티놀) 등이 풍부해 스태미너에 좋다고 알려졌다. 모두 혈관 건강에 도움 되는 영양소다. 특히 EPA와 DHA와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성인병 예방에 좋다.
▲마지막 한 입까지 야무지게 싸먹게 되는 강화 갯벌장어.
장어 한 끼가 더위나 정력에 즉효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여행자의 기력을 회복해주는 데는 안성맞춤인 것 같다. 한 그릇 싹 비워내자 지친 다리가 말을 듣는다. 가방을 들쳐 메고 여엉차 다시 길에 서 본다.
강화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린다. 선사 시대부터의 유물이 보존됐을 뿐 아니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현재는 북한과 마주보고 있는 접경지역이기도 하다. 이 곳을 걷다 보면 평화라는 단어를 계속 계속 되짚어 보게 된다. 지금의 강화가 바라는 가장 큰 꿈이 아닐까.
강화 평화누리길 이렇게 갔어요!
시작: 돌모루 (인천 강화군 강화읍 대산리 12-4) | 끝: 갑곶돈대 (인천 강화읍 해안동로 1366번길18) | 식사: 더리미 장어거리 (인천 강화군 선원면 더리미길 일원)
⇒ 걸어서 두 시간, 차로는 30분이면 충분해요. 옛 강화대교부터 갑곶돈대는 차가 들어갈 수 없어요. 도보나 자전거로 이동해야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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